돌봄기관에는 여러 고객이 있습니다. 서비스를 이용하는 당사자와 가족, 협력기관과 지역사회까지. 돌봄의 질을 높이기 위해 우리는 이들의 요구와 경험을 살피고, 더 좋은 서비스를 고민합니다.

그런데 이 질문은 얼마나 자주 하고 있을까요?

다른 사람을 돌보는 사회복지사와 돌봄 종사자는 누가 돌보고 있는가?

이번 도우누리의 첫 인터뷰를 통해 얻은 중요한 통찰도 이 질문에서 시작됐습니다. 돌봄을 받는 사람의 경험을 개선하려면, 돌봄을 제공하는 사람의 경험도 함께 살펴야 한다는 것입니다.

돌봄은 사람의 마음과 관계를 사용하는 일입니다

돌봄 현장의 일은 정해진 업무를 수행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상대의 상태를 알아차리고, 말을 듣고, 불안을 받아들이고,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대응해야 합니다. 이용자와 가족의 기대 사이에서 판단해야 하고, 동료에게 상황을 전달하며 다음 돌봄이 이어지도록 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종사자는 자신의 감정과 주의력, 판단과 관계의 힘을 계속 사용합니다.

힘든 상황에서도 차분하게 설명해야 하고, 마음이 지친 날에도 상대를 배려해야 합니다. 돌봄의 책임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일수록 자신의 어려움을 뒤로 미루기도 합니다. “내가 힘들다고 말하면 이용자에게 소홀한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마음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돌봄의 가치를 지키려는 마음이, 돌보는 사람 자신의 필요를 지우는 이유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자기돌봄은 돌봄을 지속하기 위한 조건입니다

자기돌봄은 단순히 퇴근 후 취미를 갖거나 혼자 휴식을 취하는 일만을 뜻하지 않습니다.

지금 자신의 상태를 알아차리는 것, 감당하기 어려운 일을 구분하는 것, 필요한 도움을 요청하는 것, 자신의 한계를 설명하는 것 역시 자기돌봄입니다. 다른 사람의 요구를 존중하면서도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확인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돌봄기관에서 이것이 특히 필요한 이유는 자신의 상태를 살피는 일이 다른 사람을 돌보는 일과 맞닿아 있기 때문입니다. 종사자가 자신의 피로와 감정, 어려움을 계속 외면한다면 상대의 이야기를 듣고 상황을 판단하는 데 필요한 여유도 줄어들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자기돌봄은 좋은 돌봄을 위한 부가 활동이 아니라, 돌보는 사람이 계속 일할 수 있도록 지켜야 할 기본 조건입니다.

다만 여기에서 멈추면 책임이 다시 개인에게 돌아갑니다. “스스로 잘 관리하세요”라는 말만으로는 업무량이나 역할 혼선, 관계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없습니다. 휴식을 권하면서 실제로 쉴 수 있는 여건을 만들지 않는다면 자기돌봄은 또 하나의 숙제가 됩니다.

자기돌봄이 가능하려면 서로돌봄이 필요합니다

자신의 상태를 알아차렸더라도 그것을 말할 수 없다면 도움으로 이어지기 어렵습니다.

“오늘은 이 상황을 혼자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이 일을 처리하려면 동료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이 응대 이후에 잠시 정리할 시간이 필요합니다.”

이런 말을 했을 때 돌아오는 반응이 중요합니다. 의지가 부족하다는 평가 대신 상황을 함께 살피는 대화가 이어져야 합니다.

자기돌봄은 자신의 필요를 알아차리는 데서 시작하지만, 그 필요가 존중받는 경험 속에서 실천될 수 있습니다. 동료의 어려움을 듣고, 업무를 조정하고, 힘든 상황 뒤에 안부를 묻고, 필요한 도움을 연결하는 과정에서 자기돌봄은 서로돌봄으로 확장됩니다.

서로돌봄은 누구에게나 무조건 더 친절하라고 요구하는 일이 아닙니다. 동료의 몫을 끝없이 대신 떠맡는 것도 아닙니다. 각자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존중하면서 함께 일할 방법을 찾는 것입니다.

돌봄을 지속하는 조건

나의 필요에서, 함께 일하는 기준으로

01 · 자기돌봄내 상태를 알아차리기

피로와 감정 살피기
한계 설명하기
필요한 도움 요청하기

02 · 서로돌봄필요를 듣고 함께 조정하기

어려움 듣기
각자의 범위 존중하기
도움 연결하기

함께 지켜야 할 기반 · 조직의 책임쉴 수 있는 시간 · 분명한 역할 · 지원 경로 · 관리자의 개입

서로돌봄이 지속되려면 그것을 지지하는 운영체계가 필요합니다.

상호 존중은 일상에서 필요가 존중받는 경험으로 만들어집니다

돌봄기관은 이용자의 존엄과 권리를 중요하게 여깁니다. 그렇다면 그 돌봄을 수행하는 사람의 존엄도 조직 안에서 지켜져야 합니다.

상호 존중은 서로 예의를 갖추는 말투만으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도움을 요청했을 때 어떻게 반응하는지, 실수를 했을 때 어떻게 이야기하는지, 어려운 업무를 누구에게 맡기는지, 의견이 다를 때 누구의 말을 듣는지에 드러납니다.

예를 들어 민원이 발생했을 때 담당자에게 더 친절하게 응대하라고 말하기 전에, 어떤 상황이었는지 함께 확인할 수 있어야 합니다. 업무와 역할의 문제를 개인의 성격이나 태도 문제로만 해석하지 않아야 합니다. 신규직원이 질문할 때도 능력을 평가하기보다 필요한 정보와 기준을 제공해야 합니다.

존중받는 돌봄을 제공하려면, 종사자도 존중받으며 일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 원칙이 이용자와 직원, 직원과 직원, 관리자와 구성원 사이에 일관되게 적용될 때 상호 존중은 조직의 문화가 됩니다.

조직은 돌보는 사람을 돌볼 책임이 있습니다

돌봄 종사자의 자기돌봄을 가능하게 하는 데에는 조직의 역할이 필요합니다.

쉬어도 되는 시간을 마련하는 것, 도움을 요청할 경로를 분명히 하는 것, 역할과 책임을 정리하는 것, 어려운 응대 뒤에 함께 상황을 돌아보는 것, 개인이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를 관리자가 함께 맡는 것. 이런 운영 방식이 종사자의 돌봄을 뒷받침합니다.

특히 관리자에게는 구성원의 어려움을 듣는 일과 그 어려움이 반복되는 구조를 살피는 일이 함께 요구됩니다. 누군가 지쳤을 때 격려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왜 같은 사람이 계속 과도한 부담을 감당하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동료의 배려는 중요하지만, 조직이 책임져야 할 문제를 동료 간의 선의로만 해결하게 해서는 안 됩니다. 서로돌봄이 지속되려면 그것을 지지하는 운영체계가 필요합니다.

돌봄기관의 CS를 다시 생각합니다

도우누리의 첫 인터뷰에서 출발한 이 통찰은 돌봄기관의 CS를 바라보는 시선을 넓혀줍니다.

CS를 이용자에게 어떻게 말하고 행동할 것인가의 문제로만 다루면, 돌봄을 제공하는 사람의 상태와 관계는 뒤로 밀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서비스는 종사자들이 함께 일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집니다. 직원 간 인계와 소통, 관리자의 지원,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분위기는 이용자가 경험하는 돌봄과 분리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돌봄기관의 CS 매뉴얼에도 이용자 응대 기준과 함께 이런 질문이 담겨야 합니다.

  •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누구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가?
  • 어려운 응대 이후 종사자를 어떻게 지원하는가?
  • 직원 사이의 요청과 거절은 어떻게 존중할 것인가?
  • 업무의 문제와 감정의 어려움을 어떻게 함께 살필 것인가?
  • 관리자는 어떤 상황에서 개입하고 책임을 나눌 것인가?

돌봄기관에서 자기돌봄과 서로돌봄을 이야기하는 것은 종사자를 위한 별도의 복지 주제를 하나 더 만드는 일이 아닙니다. 돌봄을 지속할 수 있는 조직의 조건을 만드는 일입니다.

다른 사람을 돌보는 사람이 자신의 상태를 알아차리고, 그 필요를 말하고, 동료와 조직으로부터 존중받는 것. 그 경험이 쌓일 때 서로를 돌보는 관계가 생기고, 상호 존중의 문화가 자라납니다.

돌봄의 질을 묻는 자리에서, 이제 돌보는 사람의 돌봄도 함께 물어야 합니다.

이 글은 도우누리의 첫 인터뷰를 통해 얻은 통찰을 바탕으로 담쟁이의 관점에서 정리했습니다. 인터뷰 참여자의 직접 발언이나 전체 구성원의 의견을 인용한 글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