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좋은 일을 하고 있습니다. 지역의 어려운 이웃을 돕고, 돌봄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일자리를 만들고, 지역사회에 필요한 문제를 해결합니다. 사회연대경제 조직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하는 일의 의미를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가끔 예상하지 못한 이야기를 듣습니다.
“지난번에 안내받은 내용이랑 다른데요.”
“담당자가 바뀔 때마다 처음부터 다시 설명해야 하나요?”
“서비스는 좋은데, 문의할 때마다 너무 불편해요.”
조직의 입장에서는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고객은 왜 불편함을 느끼는 걸까요?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얼마나 열심히 일하고 있는지가 아니라, 고객이 우리 조직을 어떻게 경험하고 있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고객은 우리가 하는 일보다 자신이 겪은 일을 기억합니다
어느 돌봄기관에 처음 서비스를 신청하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이 사람은 홈페이지에서 기관을 찾고, 전화를 걸어 서비스 이용 방법을 문의합니다. 상담을 받고, 필요한 서류를 제출하고, 담당자의 안내에 따라 서비스를 신청합니다.
기관의 입장에서는 익숙한 업무입니다. 매일 반복되는 상담과 접수, 서비스 제공 과정이니까요. 하지만 처음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에게는 모든 과정이 낯설 수 있습니다.
어떤 서류가 필요한지, 언제부터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지, 비용은 어떻게 되는지, 문제가 생기면 누구에게 연락해야 하는지 하나하나 확인해야 합니다. 상담 직원이 친절하더라도 설명이 충분하지 않으면 고객은 불안할 수 있습니다. 서비스 제공 자체에는 만족하더라도 신청 과정이 복잡했다면 그 기관에 대한 전체적인 인상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우리는 서비스가 실제로 제공되는 순간에 집중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고객의 경험은 그보다 훨씬 먼저 시작되고, 서비스가 끝난 뒤에도 계속됩니다.
처음 홈페이지를 방문했을 때의 인상, 전화를 받는 직원의 말투, 상담 과정에서 받은 설명, 기다리는 시간, 서비스가 끝난 뒤 이루어지는 안내까지 모두 고객에게는 하나의 경험으로 남습니다. 이 전체 과정을 고객의 입장에서 살펴보는 것이 고객경험, 즉 CX(Customer Experience)입니다.
친절한 직원이 많다고 좋은 서비스가 완성되는 것은 아닙니다
한 기관에 친절하고 업무를 잘하는 직원이 있다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이 직원은 고객의 상황을 빠르게 이해하고 필요한 정보를 정확하게 안내합니다. 문의가 들어오면 신속하게 대응하고, 문제가 발생해도 차분하게 해결합니다. 고객은 이 직원에게 높은 신뢰를 느낍니다.
그런데 담당자가 바뀌면서 상황이 달라집니다. 새로운 직원은 이전 상담 내용을 알지 못하고, 같은 질문에 다른 답변을 합니다. 고객은 자신이 어떤 안내를 믿어야 하는지 혼란스러워집니다.
이때 문제는 새로운 직원이 친절하지 않아서일까요? 그렇지 않을 수 있습니다.
상담 내용을 기록하는 방식이 정해져 있지 않거나, 업무 기준이 직원마다 다르거나, 고객에게 안내해야 할 정보가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있지 않다면 누구에게나 비슷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좋은 서비스를 특정 직원의 역량에만 의존해서는 안 되는 이유입니다.
우리 기관에 똑같은 질문으로 세 번 전화를 걸었을 때,
서로 다른 직원 세 명이 같은 내용을 안내할 수 있을까요?
고객은 어떤 직원과 만나더라도 일관된 정보를 제공받고, 자신의 상황을 이해받고, 필요한 도움을 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직원 개개인의 친절함과 전문성을 넘어 조직이 함께 사용하는 서비스 기준이 필요합니다.
고객의 불만 속에는 조직을 개선할 단서가 있습니다
고객이 불만을 제기하면 우리는 먼저 그 상황을 해결하려고 합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확인하고, 해당 직원과 이야기하고, 고객에게 설명하거나 필요한 조치를 취합니다. 당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일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비슷한 불만이 반복된다면 개별 사건을 해결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고객이 “연락이 잘 안 된다”고 이야기했다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처음에는 전화 응대가 늦어진 문제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담당자별 연락 가능 시간이 다르거나, 부재중 문의를 다른 직원에게 전달하는 절차가 없거나, 문의를 접수한 뒤 처리 결과를 확인하는 체계가 없는 것이 원인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필요한 변화는 단순히 전화를 더 친절하게 받도록 교육하는 데서 끝나지 않습니다. 문의 접수부터 담당자 배정, 처리, 결과 안내까지 전체 과정을 다시 살펴봐야 합니다.
고객이 표현한 불만은 문제의 결과일 수 있습니다. 그 결과를 만들어낸 조직의 업무 방식까지 살펴볼 때 같은 문제가 반복되는 것을 줄일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고객의 모든 요구를 무조건 수용하는 것이 아닙니다. 조직이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의 범위와 기준은 분명해야 합니다. 고객의 기대가 실제 제공 가능한 서비스와 다를 때에는 그 차이를 충분히 설명하는 것도 좋은 고객경험의 일부입니다.
특히 돌봄과 같은 사회서비스 영역에서는 서비스 이용자뿐 아니라 보호자, 종사자, 기관의 역할과 책임이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한 사람의 요구를 해결하는 과정이 다른 사람의 권리나 업무환경에 영향을 주지는 않는지 함께 살펴야 합니다.
좋은 고객경험은 고객의 요구를 무조건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으면서도 조직이 일관된 기준으로 책임 있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고객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사회연대경제 조직에서는 고객을 정의하는 일부터 조금 복잡할 수 있습니다.
돌봄기관에는 실제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과 보호자가 있습니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종사자와 비용을 부담하거나 사업을 지원하는 기관도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자활기업에는 상품을 구매하는 소비자가 있고, 사업단 참여자와 지역사회도 중요한 이해관계자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사회연대경제 네트워크에는 회원기업, 협력기관, 공공기관, 지역주민 등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합니다.
이들은 모두 같은 경험을 기대하지 않습니다. 서비스 이용자는 자신의 상황에 맞는 적절한 지원을 기대할 수 있고, 보호자는 서비스 진행 상황에 대한 정확한 안내를 원할 수 있습니다. 회원기업은 필요한 정보를 신속하게 얻고 실질적인 협력 기회를 발견하고 싶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고객경험을 개선하려면 먼저 우리 조직과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각각 어떤 상황에서 우리 서비스를 이용하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합니다.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친절하자는 구호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입니다.
서비스가 이루어지는 과정을 고객의 눈으로 따라가 봅니다
고객경험을 개선하기 위해 처음부터 거창한 시스템을 도입할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 조직의 서비스를 처음 이용하는 사람 한 명을 떠올려 보세요. 그 사람은 어떻게 우리 조직을 알게 될까요? 어떤 정보를 보고 서비스를 신청하기로 결정할까요? 신청 과정에서 무엇을 궁금해하고, 어떤 순간에 불편함을 느낄까요?
서비스를 이용하는 중에는 누구와 소통하고, 문제가 발생하면 어떤 절차로 도움을 받을까요? 이러한 과정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살펴보면 조직 내부에서는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부분이 보일 수 있습니다.
고객의 눈으로 살펴보는 서비스 여정
돌봄서비스 이용 과정을 예로 든 간단한 고객여정입니다.
- 서비스를 알아보는 순간
고객이 필요한 정보를 쉽게 찾을 수 있는가? 서비스 대상과 이용 방법이 이해하기 쉽게 설명되어 있는가? - 처음 문의하고 상담하는 순간
직원마다 같은 정보를 안내하는가? 고객의 상황과 요청이 정확하게 기록되는가? - 서비스를 신청하고 기다리는 순간
신청 후 어떤 절차가 진행되는지 알 수 있는가? 기다리는 동안 필요한 안내를 받을 수 있는가? - 서비스를 이용하는 순간
약속한 내용대로 서비스가 제공되는가? 담당자가 바뀌어도 서비스의 기준이 유지되는가? - 서비스가 끝난 이후
고객이 의견이나 불편을 전달할 방법이 있는가? 접수된 의견이 실제 서비스 개선으로 이어지는가?
이렇게 고객이 조직과 만나는 순간들을 하나씩 살펴보는 과정을 고객여정 분석이라고 합니다.
직원들과 함께 이 과정을 그려보는 것만으로도 서로 다르게 이해하고 있던 업무 절차나 누락된 안내 내용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발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업무 절차를 정리하고, 상담 기록 방식을 통일하고, 고객응대 기준과 서비스 매뉴얼을 만들 수 있습니다.
필요하다면 디지털 도구를 활용해 정보를 공유하거나 반복되는 안내 업무를 줄일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새로운 도구를 얼마나 많이 도입했느냐가 아니라, 고객이 실제로 경험하는 불편이 줄어들었느냐입니다.
좋은 서비스는 사람의 마음과 조직의 시스템이 함께 만듭니다
사회연대경제 조직이 가진 중요한 자산 중 하나는 사람을 이해하고 지역사회와 관계를 맺으며 쌓아온 경험입니다. 이 경험은 쉽게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그러나 좋은 경험과 진심이 있다고 해서 그것이 언제나 고객에게 같은 품질의 서비스로 전달되는 것은 아닙니다.
한 사람의 노하우가 다른 직원에게 공유되고, 반복되는 업무가 일관된 절차로 정리되고, 고객의 의견이 조직의 개선으로 이어질 때 비로소 조직 전체의 서비스 역량으로 쌓일 수 있습니다.
친절한 직원 한 명이 좋은 서비스를 만드는 순간도 있습니다. 하지만 누가 담당하더라도 고객이 존중받고 필요한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은 조직이 함께 해야 할 일입니다.
고객경험을 개선한다는 것은 사람의 따뜻함을 시스템으로 대체하는 일이 아닙니다. 오히려 직원이 반복적인 혼란이나 불필요한 업무에 시간을 빼앗기지 않고, 고객에게 더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입니다.
우리 조직이 제공하는 서비스가 정말 고객에게 좋은 경험으로 남고 있는지 궁금하다면, 직원이 아닌 고객의 자리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그 과정을 따라가 보세요. 익숙해서 보이지 않던 문제들이 조금씩 드러날 수 있습니다. 그곳에서 조직의 다음 변화가 시작됩니다.
조직전환 연구소 · 오늘의 질문
우리 조직의 고객은 어떤 순간에 가장 불편함을 느낄까요?
이번 주에는 고객이 우리 조직과 만나는 과정 중 한 가지를 선택해 살펴보세요. 평소 당연하게 여겼던 업무 방식이 고객에게는 어떤 경험으로 전달되고 있는지 직원들과 함께 이야기해 보는 것입니다.
작은 불편 하나를 발견하고 개선하는 경험이 조직의 서비스 문화를 바꾸는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