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정말 많은 일을 하고 있는데, 사람들이 우리를 잘 몰라요.” 사회연대경제 조직의 대표나 실무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종종 듣게 되는 말입니다.
지역에서 10년 넘게 활동해 온 협동조합도 있고, 돌봄이 필요한 주민들에게 꼭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적기업도 있습니다. 취약계층의 일자리를 만들고,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오랫동안 노력해 온 조직도 있습니다.
이런 조직에는 저마다의 역사와 경험이 있습니다. 지역사회에서 쌓아온 신뢰도 있고, 그동안 만들어 낸 성과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그런데 정작 조직을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 무엇을 하는 곳인지 설명해 보라고 하면 이야기가 길어집니다.
“저희는 이런 사업도 하고 있고, 저런 사업도 하고 있어요. 예전에는 이런 활동을 했고, 지금은 이런 사업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하나하나 들어보면 의미 있는 일들입니다. 하지만 이야기를 모두 듣고 나서도 이 조직이 정확히 무엇을 잘하는 곳인지, 나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는 선명하게 남지 않습니다. 좋은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과 사람들이 우리 조직의 가치를 이해하는 것은 서로 다른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좋은 활동이 곧 좋은 브랜드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사회연대경제 조직들은 활동을 기록하는 데 익숙합니다. 사업을 진행하면 사진을 찍고, 결과보고서를 작성하고, 참여자 수와 만족도를 정리합니다. 홈페이지에는 사업별 활동사진이 올라가고, 블로그에는 행사 소식과 교육 후기들이 쌓입니다.
그런데 이런 자료들을 모아 놓고 보면 한 가지 질문이 생깁니다. “이 기록을 처음 보는 사람은 우리 조직을 어떤 곳으로 기억할까?”
가령 한 협동조합이 지역주민 교육, 취약계층 일자리 지원, 문화행사, 마을공동체 사업을 운영한다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홈페이지에는 네 가지 사업의 활동사진과 결과가 나란히 소개되어 있습니다.
오랫동안 조직과 함께한 사람들은 이 사업들이 지역주민의 자립과 관계 회복이라는 하나의 목표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처음 방문한 사람은 여러 활동을 하는 단체라는 인상만 받을 수 있습니다. 조직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와 사업 간의 연결이 외부인에게는 보이지 않는 것입니다.
이때 필요한 것은 새로운 사업을 만들거나 더 많은 홍보물을 제작하는 일이 아닐 수 있습니다. 이미 하고 있는 일들을 하나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그 안에 담긴 조직의 강점과 가치를 발견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와 상대방이 알고 싶은 이야기는 다릅니다
조직을 소개할 때 흔히 사용하는 표현들이 있습니다.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합니다.” “사회적 가치를 실현합니다.” “함께 성장하는 공동체를 만들어 갑니다.” 모두 의미 있는 말입니다.
다만 이런 표현만으로는 이 조직이 다른 조직과 무엇이 다른지,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조직을 처음 만나는 사람들은 조금 더 구체적인 답을 원합니다.
돌봄서비스를 찾는 가족이라면 우리 부모님이 어떤 돌봄을 받을 수 있는지, 상담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고 싶을 것입니다. 사업을 함께 추진할 기관 담당자라면 이 조직이 어떤 경험과 전문성을 갖추고 있으며, 어떤 일을 함께할 수 있는지 궁금할 것입니다. 협동조합에 가입하려는 주민이라면 조합원이 되었을 때 어떤 활동에 참여할 수 있고, 어떤 변화를 함께 만들어 갈 수 있는지 알고 싶을 것입니다.
이처럼 같은 조직을 바라보더라도 사람마다 관심을 갖는 부분은 다릅니다. 그런데 우리는 종종 조직의 설립 목적과 연혁, 수행한 사업을 빠짐없이 설명하는 데 집중합니다. 정작 상대방이 가장 궁금해하는 질문에는 답하지 못한 채 말입니다.
조직의 가치를 전달하려면 우리가 무엇을 했는지 설명하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그 활동이 상대방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이야기해야 합니다.
홈페이지를 새로 만들었는데도 조직이 잘 보이지 않는 이유
홈페이지 개편을 고민하는 조직들은 대개 오래된 디자인이나 불편한 기능을 먼저 이야기합니다. “홈페이지가 너무 예전 방식이에요.” “휴대전화로 보면 글씨가 작고 화면이 불편해요.” “활동사진도 오래됐고, 요즘 하는 사업이 잘 안 보여요.” 물론 이런 문제들은 개선해야 합니다.
하지만 디자인을 새롭게 바꾸고 사진을 교체하는 것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있습니다. 바로 조직을 소개하는 내용 자체가 정리되어 있지 않은 경우입니다.
홈페이지의 첫 화면에 ‘사회적 가치 실현을 선도하는 협동조합’이라는 문구가 크게 등장하고, 아래에는 여러 사업이 나열되어 있다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방문자는 여전히 이 조직이 어떤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고 있는지, 누구에게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는지 알기 어렵습니다. 홈페이지는 새로운 디자인을 갖게 되었지만 조직을 설명하는 방식은 예전과 다르지 않은 것입니다.
홈페이지 개편에서 먼저 해야 할 일은 화면을 어떻게 꾸밀지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다음과 같은 질문에 답하는 일입니다.
- 우리 조직을 가장 필요로 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 그 사람은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 할까?
- 우리는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경험과 역량을 쌓아왔을까?
- 우리 조직과 함께하면 무엇이 달라질까?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이 정리되면 홈페이지에 어떤 내용을 먼저 보여줘야 할지, 어떤 사업을 강조해야 할지, 어떤 사례를 소개해야 할지도 조금씩 분명해집니다.
브랜드는 로고나 홈페이지를 새롭게 만드는 일에서만 시작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조직이 누구에게 어떤 가치를 제공하는지 스스로 명확하게 이해하는 것, 그것이 브랜드를 만드는 출발점입니다.
우리 조직의 가치를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바꾸려면
그렇다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요? 먼저 조직의 활동을 사업명 대신 해결한 문제를 중심으로 다시 살펴보면 좋겠습니다.
예를 들어 ‘중장년 일자리 지원사업’이라는 사업명만으로는 조직의 전문성이 충분히 드러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 사업을 통해 어떤 사람들이 어떤 어려움을 해결했는지, 조직은 어떤 방식으로 참여자들을 지원했는지, 그 과정에서 어떤 노하우를 축적했는지 살펴보는 것입니다.
오랫동안 돌봄사업을 운영해 온 조직이라면 제공하는 서비스의 종류뿐 아니라 이용자와 보호자가 이 조직을 신뢰하는 이유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친절한 상담 때문인지, 체계적인 서비스 관리 때문인지, 담당자의 변화에도 안정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운영방식 때문인지 구체적으로 살펴보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조직의 강점이 발견됩니다.

다음으로는 발견한 강점을 외부인이 이해할 수 있는 문장으로 바꾸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지역사회 복지 증진에 기여한다’는 설명보다 ‘지역주민이 익숙한 생활환경에서 필요한 돌봄을 받을 수 있도록 돕는다’는 설명이 서비스의 역할을 더 구체적으로 보여줄 수 있습니다.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지원한다’는 표현보다 ‘협동조합이 사업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업무체계와 고객서비스를 개선한다’는 설명이 조직의 전문성을 더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멋진 문구를 만드는 일이 아닙니다. 실제로 조직이 하고 있는 일과 그 일을 통해 만들어지는 변화를 정확하게 표현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설명이 홈페이지뿐 아니라 조직 소개서, 사업제안서, 상담자료, 구성원들의 대화에서도 일관되게 전달되도록 해야 합니다.
홈페이지에는 고객 중심의 문구가 적혀 있는데, 실제 상담에서는 전혀 다른 설명을 한다면 사람들은 조직을 하나의 선명한 이미지로 기억하기 어렵습니다. 브랜드는 홍보 담당자 혼자 만드는 결과물이 아닙니다. 조직의 구성원들이 우리가 하는 일의 의미를 함께 이해하고, 각자의 자리에서 일관되게 전달할 때 조금씩 형성됩니다.
더 많이 알리는 것보다 먼저, 무엇을 알릴지 정리해야 합니다
조직의 인지도를 높이고 싶을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방법은 홍보를 늘리는 것입니다. SNS 게시물을 자주 올리고, 블로그를 운영하고, 홈페이지를 개편하고, 홍보 영상을 제작하는 것입니다. 이런 활동들은 분명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무엇을 전달해야 하는지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홍보 채널만 늘린다면, 사람들은 우리 조직의 소식을 더 자주 접하더라도 여전히 무엇을 하는 곳인지 이해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홍보를 시작하기 전에 조직 안에서 짧은 시간을 내어 다음 세 문장을 함께 완성해 보면 좋겠습니다.
우리 조직의 브랜드를 발견하는 세 가지 질문
- 우리는 누구를 위해 일하는가?
우리 조직의 서비스를 가장 필요로 하는 사람과 조직은 누구인가?
- 우리는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가?
우리의 활동을 통해 상대방의 어떤 어려움이 줄어들거나 어떤 변화가 만들어지는가?
-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그 문제를 해결하는가?
우리가 축적한 경험, 전문성, 운영방식 중 실제로 확인할 수 있는 강점은 무엇인가?
이 세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조직의 실제 사례와 함께 정리해 보면, 그동안 당연하게 여겼던 경험 속에서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강점을 찾을 수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 조직은 지역의 여러 기관을 연결하는 일을 누구보다 잘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또 어떤 조직은 오랜 현장 경험을 통해 복잡한 돌봄 문제를 조정하는 전문성을 갖추고 있을 수 있습니다. 그동안 단순히 사업을 수행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했던 일이 실제로는 다른 조직과 구별되는 중요한 역량일 수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발견한 강점을 바탕으로 조직을 설명하는 핵심 문장을 만들고, 사업별 소개와 실제 사례를 정리해 나가면 좋겠습니다. 조직의 홈페이지도, 소개서도, 홍보 콘텐츠도 그다음에 만들어야 할 결과물입니다.
좋은 일을 하는 것에서, 그 가치를 전달하는 조직으로
사회연대경제 조직은 그동안 현장에서 많은 경험을 쌓아왔습니다. 사람을 만나고, 지역의 문제를 발견하고, 여러 이해관계자와 협력하면서 쉽게 얻을 수 없는 노하우를 축적해 왔습니다.
그런데 그 경험과 전문성이 조직 내부에만 머물러 있다면, 우리를 처음 만나는 사람들은 그 가치를 알아보기 어렵습니다. 우리가 어떤 문제를 해결해 왔는지, 어떤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는지 보여줄 수 있어야 새로운 고객도 만나고, 협력할 기관도 찾고, 다음 사업의 기회도 만들어 갈 수 있습니다.
브랜드를 만든다는 것은 조직의 모습을 실제보다 더 멋지게 포장하는 일이 아닙니다. 우리가 해 온 일의 의미를 발견하고, 그 안에 축적된 전문성을 정리하고, 그것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전달하는 일입니다.
좋은 일을 오래 해 온 조직이라면 이제는 그 일을 통해 쌓아온 가치를 조금 더 선명하게 보여주어도 좋겠습니다. 우리 조직이 얼마나 많은 일을 했는가보다, 우리가 누구에게 어떤 변화를 만들어 주는 조직인가를 이야기하는 것. 그것이 좋은 활동을 사람들이 기억하는 브랜드로 바꾸는 시작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