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를 모으고 보니 숫자와 이름이 자료마다 달랐습니다. 어느 것을 기준으로 삼을지 확인하는 일과 함께, 이제 사이트가 어떤 역할을 할지도 정해야 했습니다. 같은 자료를 놓고도 누군가는 홍보용 홈페이지를, 누군가는 회원사 찾기 도구를, 또 누군가는 활동 기록장을 떠올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기획은 이 서로 다른 상상을 맞추는 일입니다. 화면을 그리기 전에 목적과 이용자, 메뉴와 운영 방식을 약속해 두는 과정입니다. 광사넷 디지털허브에서는 재기획표, 제품 정의서, 정보구조, 네이밍이라는 네 가지 문서로 그 약속을 정리했습니다.
기획 문서 네 가지는 서로 다른 질문에 답했습니다
문서가 많다고 기획이 단단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필요한 질문에 답이 있고, 바뀐 결정을 다시 찾을 수 있어야 합니다. 광사넷의 기획을 설명할 때에도 문서의 장수보다 각 문서가 맡은 역할을 보는 편이 낫습니다.
| 문서 | 먼저 답할 질문 | 남길 결정 |
|---|---|---|
| 재기획표 | 지금과 앞으로는 무엇이 달라야 하나요? | 기존 홈페이지·시안·새 방향과 판단 근거 |
| 제품 정의서 | 누가 와서 무엇을 하게 할까요? | 목적·이용자·핵심 행동·표현과 운영 원칙 |
| 정보구조 | 어떤 길로 내용을 찾게 할까요? | 메뉴·페이지·첫 화면의 순서·자료 공급 경로 |
| 네이밍 문서 | 사이트와 조직을 어떻게 부를까요? | 공식 명칭·약칭·표기 기준·변경 위치 |
먼저 조직이 움직이는 방식을 적었습니다
광사넷의 기획 자료에서는 관계와 신뢰, 회원사 사이의 상호거래와 협업, 공동기금과 자산이라는 축으로 조직의 작동 방식을 정리했습니다. 이를 기획에서 ‘엔진’이라고 불렀습니다. 새로 만든 구호라기보다 어떤 활동이 연결을 만들고 협력을 이어가게 하는지 살펴보는 틀이었습니다.
회원사 찾기는 거래와 협업을 시작할 경로가 될 수 있고, 활동 기록은 관계와 신뢰를 보여주는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메뉴를 검토할 때 어느 축과 연결되는지 묻는다면 보기 좋은 제목만으로 메뉴를 늘리는 일을 줄일 수 있습니다.
다만 이 질문만으로 모든 메뉴의 필요를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개인정보처리방침이나 문의 안내처럼 조직의 활동을 직접 보여주지 않아도 필요한 항목이 있습니다. 활동을 드러내는 콘텐츠와 이용·운영에 필요한 기본 정보를 함께 챙겨야 합니다.
지금과 앞으로를 같은 표에 놓았습니다
재기획표는 기존 홈페이지, 이미 만들어 둔 시안, 새로 바꿀 방향을 나란히 보는 방식이었습니다. 시안도 검토 대상에 넣으면 기존 사이트에서 놓쳤던 문제가 새 화면에도 남아 있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전 홈페이지에서는 오래 갱신되지 않은 공지가 현재 활동을 충분히 보여주지 못한다는 문제가 드러났습니다. 실제 방문자를 조사해 모두 같은 의문을 품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운영하는 쪽에서는 ‘지금도 활동하는 조직이라는 사실이 첫 화면에서 드러나는가’를 물을 필요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활동 소식을 모으고 외부 채널의 새 글을 연결하는 흐름을 중요하게 다뤘습니다. 새 소식이 보이는 화면을 만들려면 디자인만이 아니라 자료가 들어오는 경로가 있어야 합니다. 출처 없는 예시 수치 대신 명부와 활동 기록에 근거한 숫자를 기준일과 함께 쓰자는 원칙도 이 표에서 구체적인 기획 규칙이 됩니다.
| 살핀 영역 | 새 방향 | 운영에서 확인할 일 |
|---|---|---|
| 최근 활동 | 새 소식과 활동 기록이 연결되는 화면 | 자료가 들어오는 채널·주기·오류 확인 담당 |
| 회원사 정보 | 기준 명부에 근거한 목록과 숫자 | 변경 사항의 승인·반영·기준일 |
| 문의 경로 | 찾기에서 문의·전달·기록까지 이어지는 흐름 | 응답 책임자와 처리 상태 |
| 표현과 안내 | 이용자가 이해할 말과 분명한 행동 | 버튼의 실제 연결과 모바일 가독성 |
표는 제공된 초안의 기획 취지를 설명하기 위해 재구성한 것이며 원문 표의 복제나 현재 기능 점검 결과는 아닙니다.
제품 정의서는 사이트의 할 일을 좁혔습니다
제품 정의서라는 이름은 조금 거창하게 들릴 수 있습니다. 여기서는 이 사이트가 누구를 위해 무엇을 하는지 짧게 합의하는 문서입니다. ‘회원사를 시민과 기관이 찾아 문의하고, 광사넷의 최근 활동을 볼 수 있는 사이트’처럼 목적을 한 문장으로 쓰는 데서 시작합니다.
이용자는 주민, 공공기관과 기업의 구매 담당자, 가입을 알아보는 조직, 탐방하려는 단체, 회원사로 구분했습니다. 각 유형마다 어떤 상황에서 방문하고 무슨 일을 마치고 싶은지 적습니다. 같은 홈페이지를 보더라도 방문 목적은 다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가장 눈에 띄게 안내할 핵심 행동은 ‘회원사를 찾아 문의하기’로 정했습니다. 다른 행동을 막는다는 뜻은 아닙니다. 첫 화면의 여러 버튼이 서로 주의를 빼앗지 않도록 가장 중요한 길을 정하는 일입니다.
말의 기준도 필요했습니다. 회원사·사무국·탐방처럼 조직이 실제로 쓰는 표현을 살리고, 입점사나 투어처럼 다른 사업을 떠올리게 하는 말은 맥락에 맞는지 검토합니다. ‘시너지’나 ‘함께 만들어가는’ 같은 말도 무조건 금지하기보다 구체적인 활동을 설명하는 말로 바꿀 수 있는지 살핍니다.
어조는 합니다체로, 담당자가 전화로 차분히 설명하듯 쓰는 방향입니다. 중장년 이용자도 읽기 쉬운 글자 크기와 누르기 쉬운 버튼, 회원사를 공정하게 보여주는 방식, 개인 연락처와 공개 정보의 구분도 기획에 포함됩니다. 이 내용들은 설계 원칙이며 현재 모든 화면이 충족한다고 검증한 결과와는 구별해야 합니다.
정보구조에는 콘텐츠를 누가 채울지도 적었습니다
정보구조는 메뉴 이름을 정하는 데서 끝나지 않습니다. 들어갈 수 있는 콘텐츠를 먼저 펼쳐 놓고 역할과 성격에 따라 묶습니다. 그다음 비슷한 지역 네트워크 사이트에 필요한 회원사 목록, 가입 안내, 활동 아카이브, 사업·재정 정보, 이용 정책 등이 빠지지 않았는지 확인합니다.
메뉴를 몇 개로 줄일지는 콘텐츠와 이용자의 경로를 보고 판단해야 합니다. 다섯 개 안팎은 처음 묶어 볼 수 있는 출발점이지 정답은 아닙니다. 이름이 짧아졌어도 방문자가 원하는 내용을 찾기 어려워지면 잘 줄인 메뉴라고 하기 어렵습니다.
페이지 목록에는 주소와 핵심 행동, 콘텐츠를 어디서 가져오는지도 함께 적습니다. 외부 채널에서 자동으로 가져오는지, 담당자가 직접 쓰는지, 회원사가 확인한 내용을 반영하는지 구분합니다. 자동으로 채워진다고 담당자의 일이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연결 오류와 중복, 자료의 적합성을 확인할 책임은 남습니다.
- 조직의 목적어떤 활동과 관계를 돕는 사이트인가요?
- 이용자의 행동누가 무엇을 마치고 돌아가나요?
- 콘텐츠의 경로어디서 들어오고 누가 확인하나요?
- 표현과 변경 책임어떻게 부르고 누가 고치나요?
이름은 두 층으로 나눴습니다
‘광사넷 디지털허브’는 사이트를 부르는 이름이고, ‘광진사회적경제네트워크’는 운영 조직의 이름입니다. 두 이름을 구분하면 첫 화면의 역할 설명과 기관의 공식 소개를 정리하기 쉽습니다.
명칭이 달라질 가능성에 대비해 이름이 쓰이는 위치를 설정 한곳에서 관리하려는 방향도 기획했습니다. 바뀌면 제목과 소개뿐 아니라 공유 정보, 알림 문구, 검색용 정보까지 함께 살펴야 합니다. 설정을 한곳에 두더라도 문서와 이미지 속 글자는 따로 남을 수 있으므로 변경 점검표도 필요합니다.
실제 화면이 달라지면 기획도 갱신해야 합니다
제공된 초안에는 메뉴가 분리되고 이름이 바뀌었으며, 메인 구성이 확대되고 질문 안내 기능도 추가됐다고 적혀 있습니다. 다만 현재 메뉴 설정 파일과 기획 원문을 이번 글에서 직접 대조하지 않았으므로 정확한 개수나 특정 결정자의 변경 이유까지 확정해 싣지는 않았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처음 계획을 지켰는지의 판정이 아닙니다. 바뀐 요구가 무엇이고, 왜 바꿨으며, 그 뒤 누가 운영할지 남기는 일입니다. 기능이 늘면 자료 공급과 검토, 오류 대응도 달라집니다. 현장 결정을 반영한 뒤 문서를 고치지 않으면 기획서와 실제 사이트라는 두 개의 기준이 다시 생깁니다.
| 항목 | 적을 내용 |
|---|---|
| 무엇이 달라졌나요? | 기존 안과 변경 안 |
| 왜 바꿨나요? | 새 요구·이용자의 어려움·운영 조건 |
| 누가 언제 정했나요? | 결정 담당과 날짜 |
| 무엇을 함께 고치나요? | 메뉴·페이지·연결·문구·운영 문서 |
| 누가 운영하나요? | 콘텐츠 갱신·검토·문의 대응 책임 |
작은 조직의 기획은 짧고 고칠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 조직에서 해본다면 먼저 일하는 방식을 세 줄 안팎으로 적어 봅니다. 지금과 앞으로를 한 표에 놓고, 이용자와 핵심 행동을 정합니다. 쓰는 말과 피할 말을 정리한 뒤 콘텐츠를 묶어 메뉴를 만들고, 각 페이지를 누가 어떤 자료로 채울지 적습니다.
확정하지 못한 것은 ‘미결’이나 ‘확인 필요’로 남깁니다. 모르는 내용을 문서의 빈칸을 메우려고 적어 놓으면 나중에는 이미 합의한 사실처럼 읽힐 수 있습니다. 반대로 미결 항목에 확인할 사람과 시점을 적어 두면 다음 작업이 됩니다.
이번 사례의 네 가지 문서는 기획을 나누어 보는 한 방법입니다. 모든 조직에 정확히 네 장이면 충분하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문서의 양보다 함께 이해할 수 있는 목적과 실행할 수 있는 결정이 중요합니다. 사이트를 그리기 전에 그 약속부터 맞추고, 화면이 달라지면 약속도 갱신하는 것. 기획이 운영까지 이어지는 길입니다.
다음 디자인 편에서는 이 약속이 색과 글꼴, 화면의 위계로 어떻게 옮겨지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제공된 기획 초안을 바탕으로 편집했습니다. 초안이 명시한 재기획·제품 정의·정보구조·네이밍 문서와 현재 사이트 설정 파일은 이번 게시 과정에서 직접 대조하지 않았습니다. 실제 인터뷰 수행, 공동자산의 구체 사례, 메뉴·메인 구간의 정확한 수와 변경 결정자는 확인된 사실로 싣지 않았습니다. 표와 도식은 기획 방법을 설명하기 위해 재구성했습니다.

